일주일 전에 친동생과 장난감 병원에 다녀왔다.
서울 강남에 있는 장난감 병원이었다.
내 동생은 애착인형이 하나 있다.
이름은 블루라고 한다.
어릴 때부터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
엄마가 함부로 빨게하지도 못하고, 지금도 누가 그 인형을 밟고 지나가거나 머리를 베고 있어도 노발대발한다.
우리 엄마의 오랜 숙원 사업 중 하나가 그 인형을 버리는 거 였는데
동생은 9살 때부터 25살이 된 지금까지 쭉 그 인형을 지켜오고 있다.
동생은 어린이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거처를 3번이나 바뀌었지만, 그 인형만큼은 꼭 가지고 다녔다.
같이 살고 있는 내가 어쩌다 그 인형을 머리에 베기라도 한다면, 불같이 화를 내곤 한다.
그런데 그 인형, 세월을 흔적을 너무 정통으로 맞아
아무리 빨아도 바래진 칙칙한 색도 안 빠지고, 털도 듬성듬성 해졌다.
우리 집에 놀러온 모든 사람들은 그 낡은 인형을 보고 내다버리라고 했지만,
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라며 단언하던 내 동생이었다.
사실 나도 내다 버리라는 말을 많이 했었는데,
"나는 죽을 때도, 얘를 무덤에 같이 안고 들어갈거야." 라는 말만 반복했었다.
어쨌든, 하도 그런말을 많이 들어서인가
내 동생이 큰 마음을 먹고 '블루'를 장난감 병원에 맡기기로 했고, 나도 함께 동행했다.
장난감 병원이라는 건 어떻게 생겼을까
아기자기하게 생겼을거라는 내 예상과 다르게, 그냥 사무실이었다.
병원은 강남 역삼 1동에 있는 한 상가 빌딩에 위치했다.
아무런 표시가 없어서, 여기로 들어가는 게 맞는지 의심이 되었었다.
수술을 기다리는 블루
들어가면 바로 작은 사무실이 보이고, 젊은 직원분이 맞아주셨다.
잠시 기다렸더니 유퀴즈에 나온 그 사장님이 나오셨다.
인형 수술에 대해서 설명하고 계심.
"뭐 맡길거에요?"
"털을 바꿀 수 있나요?"
"그건 못해,
이건 너무 오래된 거라서, 이런 실 자체가 이제 나오진 않아요."
"그래서 털을 완전히 바꾸는 건 안되고, 가위로 털에 묻은 먼지 같은 걸 떼주는 건 가능해요."
"봉제선도 갈지 그래?"
"음...그건 괜찮을 거 같아요."
그래서 털에 묻은 먼지같은 걸 하나씩 잘라주고, 털을 위로 세우는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.
그리고 마무리로 손빨래까지 해주신다고 했다.
"가격은 혹시 어떻게 되나용...?"
"(손가락 4개를 펴보이시며) 4만원"
사실 털을 전체 다 갈면 68만원 정도 나온다고 해서, 그냥 간단한 수술을 하기로 했다.
그 자리에서 배송비 6천원과, 수리 비용 4만원을 계좌이체로 송금 드렸다.
수술을 기다리는 수많은 인형들
수술 후 회복 중인 인형들
이렇게 아주 간단한 진료를 마쳤다.
동생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하고 블루를 맡겼다.
그로부터 일주일 정도가 지나 인형이 집에 배송되었다.
내가 볼 때는 전 후가 큰 차이가 없는거 같지만,
인형이 집에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내 동생은 큰 차이가 난다고 한다.
자세히 보니 털 끝부분이 깨끗해졌고, 눕혀져 있던 털들도 세워져있다.
전 후 비교샷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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