본문 바로가기
생활 후기

장난감 병원 다녀온 후기

by JIN__NY 2023. 1. 16.
728x90

 

일주일 전에 친동생과 장난감 병원에 다녀왔다.

서울 강남에 있는 장난감 병원이었다. 

 

 

내 동생은 애착인형이 하나 있다.

이름은 블루라고 한다. 

 

 

어릴 때부터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 

엄마가 함부로 빨게하지도 못하고, 지금도 누가 그 인형을 밟고 지나가거나 머리를 베고 있어도 노발대발한다. 

 

 

우리 엄마의 오랜 숙원 사업 중 하나가 그 인형을 버리는 거 였는데

동생은 9살 때부터 25살이 된 지금까지 쭉 그 인형을 지켜오고 있다.

 

 

동생은 어린이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거처를 3번이나 바뀌었지만, 그 인형만큼은 꼭 가지고 다녔다.

같이 살고 있는 내가 어쩌다 그 인형을 머리에 베기라도 한다면, 불같이 화를 내곤 한다. 

 

 

그런데 그 인형, 세월을 흔적을 너무 정통으로 맞아 

아무리 빨아도 바래진 칙칙한 색도 안 빠지고, 털도 듬성듬성 해졌다. 

 

 

장난감 병원으로 향하는 블루

 

 

 

 

우리 집에 놀러온 모든 사람들은 그 낡은 인형을 보고 내다버리라고 했지만, 

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라며 단언하던 내 동생이었다. 

 

사실 나도 내다 버리라는 말을 많이 했었는데, 

"나는 죽을 때도, 얘를 무덤에 같이 안고 들어갈거야." 라는 말만 반복했었다. 

 

 

 

어쨌든, 하도 그런말을 많이 들어서인가

내 동생이 큰 마음을 먹고 '블루'를 장난감 병원에 맡기기로 했고, 나도 함께 동행했다. 

 

 

 

 

장난감 병원이라는 건 어떻게 생겼을까 

아기자기하게 생겼을거라는 내 예상과 다르게, 그냥 사무실이었다. 

병원은 강남 역삼 1동에 있는 한 상가 빌딩에 위치했다. 

 

 

 

아무런 표시가 없어서, 여기로 들어가는 게 맞는지 의심이 되었었다. 

 

 

 

수술을 기다리는 블루

 

 

 

 

들어가면  바로 작은 사무실이 보이고, 젊은 직원분이 맞아주셨다. 

 

 

 

잠시 기다렸더니 유퀴즈에 나온 그 사장님이 나오셨다. 

 

인형 수술에 대해서 설명하고 계심. 

 

 

 

 

"뭐 맡길거에요?"

"털을 바꿀 수 있나요?"

 

 

"그건 못해,

이건 너무 오래된 거라서, 이런 실 자체가 이제 나오진 않아요." 

 

"그래서 털을 완전히 바꾸는 건 안되고, 가위로 털에 묻은 먼지 같은 걸 떼주는 건 가능해요."

 

"봉제선도 갈지 그래?"

"음...그건 괜찮을 거 같아요."

 

 

 

그래서 털에 묻은 먼지같은 걸 하나씩 잘라주고, 털을 위로 세우는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. 

그리고 마무리로 손빨래까지 해주신다고 했다. 

 

 

"가격은 혹시 어떻게 되나용...?"

"(손가락 4개를 펴보이시며) 4만원" 

 

 

사실 털을 전체 다 갈면 68만원 정도 나온다고 해서, 그냥 간단한 수술을 하기로 했다.  

그 자리에서 배송비 6천원과, 수리 비용 4만원을 계좌이체로 송금 드렸다. 

 

 

수술을 기다리는 수많은 인형들

 

 

수술 후 회복 중인 인형들

 

 

 

이렇게 아주 간단한 진료를 마쳤다. 

동생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하고 블루를 맡겼다.  

 

 

 

 

그로부터 일주일 정도가 지나 인형이 집에 배송되었다.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내가 볼 때는 전 후가 큰 차이가 없는거 같지만,

 인형이 집에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내 동생은 큰 차이가 난다고 한다. 

 

 

자세히 보니 털 끝부분이 깨끗해졌고, 눕혀져 있던 털들도 세워져있다. 

 

 

 

전 후 비교샷 

 

 

 

 

 

ㅋㅋㅋㅋ 졸지에 보호자가 된 내 동생! 넘 귀엽다